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6월 셋째 주 기준 122.5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초 전세 대란 이후 약 5년 반 만에 처음 도달한 수치입니다. 숫자를 보는 순간,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그때 그 공포가 다시 시작되는 건지,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두셔야 합니다.

전세수급지수 122.5, 이 숫자가 말하는 것
전세수급지수(傳貰需給指數)란 전세 매물의 수요와 공급 비율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물을 구하려는 사람이 내놓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울수록 그 반대입니다. 122.5라는 수치는 지금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올해 3월 첫째 주만 해도 이 지수는 103.2 수준이었습니다. 불과 3개월 만에 약 20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이 속도가 무섭습니다. 제가 2020년 하반기에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겪었던 그 답답함, 중개사무소에 전화해도 "나온 물건이 없다"는 말만 들었던 그 상황이 기억납니다. 당시 수치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그때의 피로감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월세 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월간 단위로 집계되는 월세수급지수(月貰需給指數)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월간 상승폭이 대개 1포인트 안팎이었는데, 5월에는 한 달 만에 5.1포인트가 올라 114.8을 찍었습니다. 전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월세 시장 전체가 함께 들끓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3.58%로, 지난해 같은 기간 0.60%와 비교하면 약 6배에 달합니다. 월세 상승률도 3.37%로 전년 동기(0.78%)의 4.3배 수준입니다. 이 수치들을 보면서 지금이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재건축 이주수요, 하반기 전월세 시장을 더 흔든다
재건축 이주수요(再建築移住需要)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기존 주택이 철거되는 동안 조합원들이 임시로 이주해야 하는 수요를 말합니다. 집이 없어지는 기간 동안 이 주민들이 모두 주변 전월세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올 하반기 서울 곳곳에서 이 이주수요가 본격화됩니다. 송파구에서는 관리처분인가(管理處分認可)를 받은 가락미륭(435가구)과 잠실우성4차(555가구)가 이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관리처분인가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별 권리 변환을 확정하는 행정 절차로, 이 단계를 넘기면 실질적인 이주와 철거가 가능해집니다. 양천구 목동6단지(1,368가구)도 시공사 선정이 임박해, 이르면 내년부터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가구들이 한꺼번에 임차 시장에 유입된다고 생각하면, 하반기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주변에도 수도권 가로정비구역에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이 계신데, 재개발 이후 입주하려면 추가 분담금이 몇 억 단위로 나온다는 이야기에 정말 막막해하셨습니다. 정년퇴직 이후 벌이가 없는 상태에서 수억 원의 자기부담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질문, 저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울 입주 물량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5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 약 2만 7,058가구
- 2026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 약 1만 7,197가구 (전년 대비 약 36% 급감)
- 2025년 하반기 송파구 재건축 이주 예정 단지: 가락미륭(435가구), 잠실우성4차(555가구)
- 2026년 이주 예정 단지: 목동6단지(1,368가구) 포함 추가 예정
공급은 줄어드는데 이주수요는 늘어나는 구조, 이 흐름이 겹치는 내년이 오히려 더 걱정됩니다.
갱신계약 비율 49%, 임차인들이 발이 묶였다
갱신계약(更新契約)이란 기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될 때 새 집을 구하는 대신 현재 집에서 계약을 연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사를 하고 싶어도 나온 매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눌러앉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올해 5월 1일부터 6월 19일 사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2만 3,180건 중 갱신계약은 1만 1,366건으로, 비율로 따지면 49%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갱신 비율이 3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12%포인트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갱신율이 높다는 것이 언뜻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이사를 원해도 마땅한 매물이 없으니 기존 집에 머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공급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기존 매물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수요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이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2021년에 임대차 2법, 즉 계약갱신청구권(契約更新請求權)과 전월세상한제(傳貰月貰上限制)가 시행됐을 때도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고, 전월세상한제는 갱신 시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그 당시 신규 매물이 씨가 말랐고, 결국 신규 계약가격만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금 흐름이 그때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전문가 대책은 반복되는데, 현실은 왜 안 바뀔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저는 기대보다 피로감이 먼저 듭니다.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임대차 시장 안정화라는 단어들은 매번 등장하지만, 실제 임차인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체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집을 사지 못했던 분들이 느꼈던 좌절감, 그 위기감에 영끌은 물론 가족의 도움까지 받아 집을 샀다가 이후 큰 하락을 맞닥뜨린 분들의 멘붕, 이 모든 게 정책이 시장을 제때 잡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부분 평범한 서민들에게 집중됩니다.
지금 서울 전월세 시장이 위태로운 이유는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닙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 갱신계약 증가로 인한 신규 매물 잠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는 단기 대책 하나로 해결될 성질이 아닙니다. 적어도 2~3년 이상의 장기 시야로 봐야 합니다.
지금 전월세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최대한 정보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에서 주간 수급지수와 지역별 전세가격 동향을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기일수록 발품보다 정보가 먼저입니다. 갱신 vs. 이사를 고민 중이라면, 주변 신규 계약가와 갱신가의 격차를 꼭 비교해 보세요. 지금처럼 신규 매물이 부족한 시기에는 갱신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또는 임대차 계약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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